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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틀 짜기: 한·중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의 현실과 미래
  • 등록일2022.05.27
  • 조회수615
 
 
새로운 틀 짜기: 한·중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의 현실과 미래
 
李長載(충남대 특임교수, KISTEP 명예연구위원)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세계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더불어 새로운 냉전 구도로 급속히  전환 중이다. 대선 과정을  통해 신냉전 구도에서의 나침판을 명확히 설정한 윤석열 정부에서의 한중 관계는 속셈이 복잡 해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정학(地政學)적인  측면과  더불어  기정학(技政學)적 위상으로 인해 더욱 난해한 입장에 처해 있다. 윤대통령의 취임 열흘 만에 이루어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이 이를 입증한다. 대한민국은 미래 먹거리가 되고 있는 반도체와 2차 배터리 등 관련 첨단산업과 기술의 선도국 위상을 마냥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전략의 기조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내수가 아닌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배제라는 사실은 생각조차도 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공장  지위와  함께  글로벌 공급 및 수요망의 핵심적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간 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정학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함부로 대응해서는 안 될 국가일 뿐만 아니라 올해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  두고 중국 내부도 숙제가 산재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상하이 등 지역봉쇄로 인한 부작용, 2020년 선언한 쌰오캉사회(小康社會)의 지속과 공동부유론의 구체적 실천,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 5.5%의 달성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동수서산(東數西算 : 동부에서 생산된 빅데이터를 서부로 전송해 저장하고 활용한다는 뜻) 공정의 경우 대한민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반도체를 수반하지 않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중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의 수급과 함께 관련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중국 귀빈 중 최고위급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이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의미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계 강국들의 메치기와 되치기 그리고  굳히기 등이 시작되고 있다. 한중 양국의 상호 이해와  이익을 반영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심도있는 준비와 다양한 물밑 작업 등을 통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협의와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시야가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중 간 과학기술 외교 및 협력 또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환경을 피해 갈 수 없다. 국가간 과학기술 외교 및 협력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다. 인적 요소에서부터 연구, 기술, 정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거래 등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었으나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술혁신(과학기술적  성과의 사회경제적 파급을 의미)과 기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과학기술은 가치지향적인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는 한중 간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의 새로운 틀 짜기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을 반영하는 윤석열 정부의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한중 과학기술 외교 및 협력은 30년의 긴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적 및 연구교류, 그리고 정보교환 등 총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의 발전과 성과를 고려할 때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은 정밀 한 각론 수준에서 기획되고 현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기술 외교 및 협력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분석하여야 한다. 또한 기정학적 환경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은 공공과 민간부문의 역할이 기능 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제도 마련과 생태계 조성 그리고 간접적 지원을, 실질적 외교와 협력은 민간부문이 현장을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하여야 한다. 역설적으로는 그간 성과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결과로 인해 한중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 관계에서 잠금  효과(lock-in effect) 혹은 묶임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미래  설계에  오히려  다행스러울  수 있다.

양국의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협력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외교 및 협력의 새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새 틀은 양국의 과학기술과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진화할 수 있는 형태로 짜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중국은 제조 2025 계획 등을 통해 글로벌 제조기술 최강국을 지향하고 있으나 당분간은 쌰오캉사회와 공동부유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한국의 보완적 역할이 절대 필요할 것이며 그 이후는 이러한 관점을 포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쌍방적인 관점에서 상호 이해 충족과 이익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다면, 정밀하게 분석된 분야에서의 과학기술자 간 교류와 협력, 공동 및 협력연구, 관련 정보 교류 그리고 이들 활동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 등이다. 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점차 한중 간 공동논문 작성, 공동 특허 등록, 기술 교류와 이전, 공동 투자 등의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한중 간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의 과정을 선형적(linear)으로 다루는 오류를 피하면서도 기정학적 리스크가 큰 현실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신뢰와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양국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틀 짜기 임무를 적극 추진해 나가길 기대하고자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