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둥성 과학기술기업 견학을 마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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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과학기술기업 견학을 마치고
이철(2024.7)
중국 광동성 과기청을 방문하다
2024년 7월 18일 한중과기협력센터의 서행아 센터장과 한밭대 최종인 교수, 기술혁신클러스터 고영주 아시아기술혁신학회 (ASIP) 회장, 대전시 경제과학 부시장을 지낸 이석봉 대덕 Net 대표, 그리고 본인 등이 광둥성 과기청을 방문해 양쥔(楊軍) 부청장과 야오화롱(姚化荣) 과학기술관리연구회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번 만남은 지난 5월 한중과기협력센터 주선으로 양쥔 부청장 등 일행이 대전을 방문한데 따른 답방 형식이었지만 한중 양측 모두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중국측에서는 광둥성과기청교류협력처 양후이팡(杨慧芳) 처장, 광둥성 과학기술 협력 연구 촉진센터 겅옌(耿燕) 부장, 광저우이톈(亿天)산업인큐베이터유한회사 푸줜보(付军保) 총경리 등이 대응 발표를 했다. 다분히 인큐베이터 사업 및 중국의 혁신 기업과의 기술 협력, 공동 개발 등 한국의 기업들과 직접적 연관이 큰 분야에 집중하여 발표를 한 것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의 중국에 대한 정서나 한중 간의 미묘한 갈등의 흐름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앞선 과학 기술 분야와의 협력과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공동 사업에 대한 의지가 뚜렸했다. 광둥성 과기청은 자신들이 대표적인 분야로 AI분야, 바이오 분야, 스마트 팩토리 분야의 기술 기업을 현장 방문하고 견학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중국의 인공지능
첫 번째 방문한 윈총과기그룹(云从科技集团)은 AI 전문 솔루션 기업이다. 영문명은 CloudWalk Technology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기도 하는 기업이다.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에 이 회사의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 회사가 이런 미국 기술 제재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데는 그만큼 이 회사의 AI 기술이 위협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자사의 기술 수준을 중국 1등, 글로벌 3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회사는 AI를 응용한 여러 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세계를 놀라게 한 안면식별 기술이 바로 이 회사의 작품이다. 안면인식 기술이 처음 중국에 도입되었을 때 중국 공안은 홍콩의 스타, 류더화(刘德华)의 공연 시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안면 식별 기술을 적용하여 그때까지 잡지 못했던 중범죄인을 2백여명 검거하는 쾌거를 올렸었다.
윈총의 기술은 이제 정확도와 속도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향상되어 대형 행사장에서 밀려드는 관중들을 상대로 1인당 식별 소요 시간이 1/000초 정도까지 빨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안면 식별 기술이 적용되는 한, 다시 말해 어디든지 CCTV가 있는 곳을 피할 수 없다면 중국 정부의 모니터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아마도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서도 이런 기술을 중국 공안이 적용하기에 이 회사가 제재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은 전반적인 AI분야에서 미국과 각축을 벌이고 있기도 하지만 특히 안면 인식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이다. 따라서 이 윈총과기그룹이 세계 최고의 안면 인식 기술의 보유자인 것이다.
![]() 이 회사는 1차적으로는 ChatGPT와 동일한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기업의 콜 센터, 안내, 사이버 판매원 등 분야별 전문화를 하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은행 솔루션에서는 사람 대신 AI가 고객들의 문의에 대응하며 서비스를 한다. AI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컴퓨터 스킬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AI 마우스라는 제품도 제공하고 있다. 마우스에다 이야기를 하면 컴퓨터 AI가 대답해 주는 식이다. 같은 원리로 AI 간호사 제품도 있어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조언을 하다가 혹시라도 환자가 쓰러지거나 하면 자동적으로 관계 기관과 보호자에게 연락한다. 공항에서 승객들의 짐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도 있으며 짐의 분실을 막고 세관 업무에도 활용한다.
![]()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건물 전체에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하여 방범, 고객별 특화 안내 정보, 에너지 최적화 등을 제공한다. 즉, 건물 중 누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특정인에게는 특정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거래처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사무실로, 고객이라고 판단하면 매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사람이 적은 장소에는 냉난방을 줄이고 사람이 많은 곳은 냉난방을 강하게 제공하여 쾌적함을 향상하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개념을 도시 전체로 확대하여 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에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되고 사건 사고를 예방 및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건설 중인 건축물의 상황을 추적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탐지하고 또한 원래 허가 받은 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진도가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니터링한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 개발은 관련 교통, 인구 통제, 공해 관리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를 연계 관리하는 것이다.
![]() 중국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AI를 사회 체계에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실적용 테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허가한 것은 다소의 무리가 있더라도 기필코 전기 자동차 및 AI 분야에서 미국과 서방을 앞지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중국이 이미 서방을 앞서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자동차를 연계하여 자율 주행과 함께 도시 관리 차원의 AI 적용이 함께 된다면 중국의 경쟁력은 도약할 것이다.
중국의 바이오
중국의 하이테크에 대한 의지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광저우 시내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진 지역에 첨단 기업들을 집중시킨 난샤(南沙) 지구가 있다. 이 곳은 중국 국가급 신구이며 자유무역시험구이고 GBA 시범구이기도 하다. GBA는 Great Bay Area의 약자로 홍콩, 마카오, 그리고 선전을 비롯한 광둥의 상당 지역을 묶어서 국가 통합 시범 사업을 전개하는 곳이다. 이 세 곳은 중국이라는 주권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정치 체제, 법률 체제, 금융 체제, 그리고 화폐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 GBA에서 사유제와 공유제의 통합, 민주제와 사회주의 제도의 통합 등을 도모하는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여기서 성공하면 그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의 주도 국가로 나서려 한다.
![]() 이 난샤 지구에서 광둥성 정부가 굳이 바이오 단지 MEDV를 소개한 것은 바이오가 광둥성 정부가 지향하는 특화 산업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고급 인재 유치 방안이다. 지도자급 인사가 이 단지에서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면 1천만 위안(한화 1억9천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걸출 인재는 500만 위안, 우수 인재는 300만 위안, 청년 인재는 100만 위안이다. 특히 이런 인재들이 창업을 하면서 가져오는 프로젝트에는 최대 1억 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무려 190억 원이다. 고급 인재뿐 아니다. 해당 분야 대학 졸업자가 취업하면 인당 3만 위안의 장려금을, 석사는 6만 위안, 박사는 12만 위안의 장려금을 제공한다. 원사, 즉 우리나라의 학술원에 해당되는 지도자급 인물의 경우 최고 200만 위안의 업무 추진비를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인재 유치에 노력하고 있으니 바이오 산업에서도 화웨이나 BYD같은 회사들이 조만간 배출될 것이다.
이 MEDV 바이오 단지는 2014년 의학계의 지도 인물 두 사람에 의해 창립되었다.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그리고 상장 후 성장한 기업까지 모두 입주할 수 있도록 여러 건물에 사무 공간의 대소를 달리하여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제약 생산 시설까지도 입주되어 있다. 중국 국내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오 기업도 유치하려 애를 쓰고 있다.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기금, 벤처 캐피털 등도 준비되어 있다. AmCare Genomics, BS Biotech, Cyanvaccine 등이다. 이미 조달된 자금이 70억 위안, 즉 우리 돈 1조 3천억이 넘는다고 한다.
![]() 이미 MEDV 바이오 단지 공간의 90% 정도가 입주 기업으로 차 있어 이제 남은 공간은 크지 않다고 한다. 광둥성 정부는 한국 기업이 입주하거나 한국 과학기술 인력이 와서 창업을 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말하는 정부의 지원이란 결국은 돈을 준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감면같은 수준이 아니다. 이런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성 정부에서도 하고, 시 정부에서도 하고 심지어 구 정부에서도 하도록 해준단다. 필자가 30년만 젊다면 다시 한번 이런 곳에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10년, 20년 뒤에 한중 두 나라가에 찾아올 기술 역전 또는 기술 격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스마트 제조 MINO
전술한 중국의 과학기술은 결국 산업화되고 생산되어야 경제 활동으로 전환된다. 중국식으로 말한다면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산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산업 중에서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자동차 산업만한 것이 없다. 그간 자동차 산업은 서방 국가의 전유물이었으나 중국이 2000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자동차를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나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테슬라를 유치하고 전기 자동차의 노하우를 배웠고 이제 중국의 전기 자동차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이 가능해진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의 국가 산업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를 품질 문제없이 대량으로, 관련 설계 기술, 재료 기술, 기계 기술, 전자 기술, 조립 기술 등 요소 기술 외에도 전체 자동차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스마트 생산 기술이다. 바로 중국이 추진하던 중국제조 2025의 해심 기술이다.
우리는 광둥성 정부의 소개로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 제조 솔루션 기업인 MINO를 방문하였다. MINO는 쉽게 말해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다. 건물이나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 건물 안에 들어가는 생산 라인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다. 재료와 부품이 도착하면서부터 이들을 관리하고 이동시키고 가공하고 조립해서 최종적으로는 수 초 만에 자동차가 한 대씩 생산되어 나오도록 생산 라인을 구성하고 만들어 주는 회사인 것이다. MINO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포드,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 장성 자동차, 지리, GAC, SAIC, BAIC 및 기타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에 지능형 제조 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일본, 멕시코, 남아프리카, 말레이시아 및 기타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MINO는 생산 라인을 블록화, 모듈화하여 모듈형 지능형 제품, 디지털 가상 제조 기술, 산업용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높은 장비 활용도가 구현되어 투자의 15%가 절감된다고 한다. 또한 생산 라인 구축 기간이 타사 대비 6개월 단축되고 생산 라인의 신뢰도가 높아 고장률은 50% 정도 감소된다고 하며, 운영 및 유지 보수 비용 20% 절감, 장비 재활용 및 재제조 가치 10% 증가 등 고객에게 가시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 MINO가 처음부터 이런 기술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현대 자동차 생산라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한국의 우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아마 현지 프로젝트 하청 업체로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는 사용용차를 포함하면 200개가 넘은 자국 자동차 기업이 있다. 그리고 미국, 유럽,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였고 이들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라인을 건설하면서 현지 하청 업체의 도움은 필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외국 기업의 경험과 기술은 점차 중국 기업으로 전수되었다. 기술 경험이 누적되면 혁신이 일어난다. MINO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 이 회사를 시진핑 주석이 2012년 방문하면서 “중소기업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고 이는 해당 부처와 지방 정부가 MINO를 적극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MINO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라인 설계 기술과 분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다. 매출은 6천억이 넘고 종업원 수는 1,300여명이며 이중 70%가 연구 개발 인력이다. 현재 기술 수준은 1대 당 11초 정도가 소요되는 생산 라인 수준인데 이를 8~9초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가장 큰 경쟁 우위 요소로 수 많은 중국계 시스템, 미국계 시스템, 유럽계 시스템, 일본계 시스템, 그리고 한국계 시스템을 모두 설계하고 구성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폭 넓은 고객 요구 사항에 대한 이해와 대응 가능한 솔루션을 든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MINO의 기술이 전공 분야이기도 해서 만감이 교차했다.
![]() 중국의 기술 굴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중국은 지난 7월에 열린 3중전회에서 앞으로 과학 기술에의 집중 투자를 통한 하이테크 개발로 신흥 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신질 생산력(新质生产力)” 전략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이 정책은 향후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중국 공산당은 이들 정책을 2029년까지 완성하겠다는 의지이다. 광둥성 과기청 또한 이러한 중앙 정부의 전략 및 정책 하에 해외 협력을 강화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배척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해할 만 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 방안이겠다. 서방의 기술 제재, 중국의 기술 굴기 하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전략과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의 과학기술 정책이 독자적인 계획과 일정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제는 미중으로 대표되는 첨예한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경쟁 국가의 전략을 십분 고려하는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대응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인데 단순한 노파심이 아니길 빌 뿐이다.
*저자 소개
![]()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1991 KT 기술협력부장
◦1999 삼성SDS 중국사무소장
◦2004 디지카이트 대표
◦2005 TCL Chief Information Officer
◦2015 플랜티넷 중국법인장/부사장
◦2018 北京丽翠商贸有限公司 동사장
◦2023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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